한눈팔기
무용 (無用: Useless, 2007)
Rollin'
2008. 6. 11. 19:15

(無用: Useless,2007)
감독 / 지아 장 커
출연 / 마 케
▷ 2008.06.06 홍대 상상마당
옷에관한 세가지 이야기.
더럽고 열악한 시설의 공장안에서 시끄러운 소음을 견뎌가며 옷을 만드는 사람들. 그들이 만드는 옷은 그들이 알지 못하는 매장에 전시되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골라진다. 영화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옷을 고르는 사람에게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옷을 디자인한 중국인 디자이너 '마케'에게 시선을 옮긴다.
그녀는 의류 대량생산의 중심에 있는 중국이라는 자신의 나라와, 대량 생산되어 지고 있는 자신의 브랜드의 옷들에 염증을 느낀다. 그리고 옷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가치가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하고 '쓸모없음'이라는 뜻의 '無用'이라는 브랜드를 만든다. 그곳에서는 배틀로 일일이 천을 짜고 바늘로로 옷을 꿰매고 만들어진 옷을 흙속에 묻어 그 옷에 자연스래 흙의 색. 시간의 색이 물들도록 한다. 인위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옷에 그 옷만이 가진 역사를 더한다. '無用'이지만 그옷안에 시간과 정성이 있다.
그리고 영화의 시선은 먼지로 뒤덮인 산샤지방의 탄광촌 마을의 수선집으로 옮겨진다. 그 곳의 광부들은 더러운 낡은 옷을 봉지에 넣어 달랑 달랑 들고는 수선집에 와서 옷을 수선하고는 다시 봉지에 넣어 달랑 달랑 들고 간다. 그 수선집에 모이는 사람들의 낡은 옷들은 그들의 몸에 맞춰 수선된다. 그렇게 낡은 옷 하나에 그들이 시간을 담아간다. 그들이 입는 옷은 분명 대량생산된 옷일테지만 그들은 그 옷에 자신들의 시간을 담고 추억을 담는다. 그리고 수선집에 모여 이야기를 담는다.
담담하고 냉정한 영화의 시선을 따라 옷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에게는 마케의 '無用'이라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에 담긴 철학의 의미보다는 공장에서 옷을 만드는 행위, 옷을 고르는 행위, 그리고 그 옷을 가진 사람들이 담는 의미와 시간들에게서 느껴지는 '有用'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나의 장농속에서 좋아하는 옷. 잘 입지 않는 옷, 안 입는 옷으로 옷들을 구별된 옷들도 어딘가의 내가 모르는 디자이너가 옷을 디자인하고, 옷을 만들고 여러 사람들의 손에 거쳐서 나의 손에 왔고 나에 의해 분류당했다. 안 입는 옷으로 분류된 그 옷들에도 그 옷만의 시간이 있고 가치가 있다. 디자이너 자신의 시간과 가치를 을 더한 '無用'의 옷들은 마케의 철학과 시간으로 그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예술적 관점의 다지이너의 생각뿐일 지도 모른다. 의상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有用'한 내 옷장속 옷들과, 탄광촌 광부의 때묻은 옷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